배추 계속 심었더니 땅속 생태계부터 달라졌다…9~10회 재배에서 포착된 ‘연작의 흔적’

배추 계속 심었더니 땅속 생태계부터 달라졌다…9~10회 재배에서 포착된 ‘연작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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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계속 심었더니 땅속 생태계부터 달라졌다…9~10회 재배에서 포착된 ‘연작의 흔적’

고랭지 배추 연속재배할수록 뿌리 주변 미생물 다양성 감소

8년 선행시험선 수확량 차이 뚜렷하지 않아도 세균 다양성은 이미 차이

콩·감자 돌려짓기 토양은 상대적으로 미생물 균형 유지

같은 밭에 같은 작물을 계속 재배하면 수확량이 줄거나 병해가 증가하는 이른바 ‘연작장해’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작물에서 눈에 띄는 이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땅속에서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 연구진이 장기간 고랭지 배추 재배 토양의 미생물을 추적한 결과, 배추를 반복해서 재배할수록 뿌리 주변의 미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군집 구성도 특정 방향으로 점차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연구를 과거 같은 연구진이 진행했던 장기 재배시험과 함께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배추 수확량이나 일반적인 토양 화학성에서는 아직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 단계에서도 토양 미생물에서는 이미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9~10번 재배하면서 땅속 미생물을 추적했다

이번 연구는 백계령·김양민·이정태 연구원이 수행했으며,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2026년 6월 29일 공개됐다.

연구진은 배추만 계속 재배하는 방식과 배추·콩 윤작, 배추·감자 윤작 등 세 가지 작부체계를 비교했다.

한 번의 토양 조사에 그친 것이 아니라 포장과 포트 조건에서 9~10회의 연속적인 작물 재배 과정을 거치면서 배추 뿌리 주변, 즉 근권 토양의 미생물 군집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분석했다.

세균은 16S rRNA, 곰팡이는 ITS 영역을 대상으로 고속 염기서열 분석을 실시해 작부체계와 재배횟수가 미생물 군집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분석 결과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순히 ‘무슨 작물을 함께 재배했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오랫동안 재배를 반복했느냐’가 매우 중요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의 분석에서 재배 순서·누적횟수(cropping sequence)는 관찰된 미생물 군집 변화 가운데 약 14%를 설명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재배가 이어질수록 미생물 다양성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고, 이러한 변화는 특히 배추만 계속 재배한 처리에서 두드러졌다.

배추만 계속 심자 특정 미생물은 늘고 다른 미생물은 줄었다

변화는 미생물의 숫자나 다양성에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배추 연속재배 토양에서는 Rhodanobacter, Ktedonobacteraceae, Alternaria 등의 상대적 비중이 윤작 처리보다 증가했다.

반대로 Sphingomonas, Terrabacter, Pseudarthrobacter, Trichocladium, Botryotrichum 등의 비중은 배추 연속재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연작의 영향을 단순히 ‘좋은 미생물이 줄고 나쁜 미생물이 늘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에 가깝다.

이번 연구가 보여주는 핵심은 같은 작물의 재배를 오랫동안 반복하면 특정 환경에 적응한 미생물 쪽으로 군집구조가 점차 치우치면서 전체적인 미생물 생태계의 구성이 변한다는 것이다.

연구진도 논문에서 특정 작부체계 자체의 영향보다 재배가 반복되면서 나타나는 누적효과를 중요한 특징으로 제시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2024년의 ‘8년 시험’

이번 논문만 보면 ‘연작하면 미생물 다양성이 낮아진다’는 결론에 눈길이 가기 쉽다.

하지만 같은 연구진이 2024년 발표한 8년간의 배추-콩 윤작시험 결과를 함께 보면 이번 연구의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당시 연구진은 배추만 계속 재배한 시험구와 배추·콩을 돌려가며 재배한 시험구를 비교했다.

그런데 8년간 조사한 결과 배추 생산량과 토양의 일반적인 이화학성에서는 두 작부체계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생물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세균 군집의 다양성은 배추 연속재배 토양보다 콩을 이용해 돌려짓기한 토양에서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곰팡이 역시 윤작에서 다양성이 높은 경향을 보였지만 이 부분은 통계적 유의성까지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 결과는 꽤 의미가 있다.

농작물 생산량이 당장 크게 줄지 않고 토양의 pH나 양분 같은 일반적인 수치에서도 큰 이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토양 생태계의 구성은 그보다 먼저 변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수확량은 비슷했지만 윤작구가 매년 조금씩 높았다

2024년 연구의 생산량 자료도 흥미롭다.

8년 동안 배추 생산량을 비교했을 때 이어짓기와 콩 윤작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생산량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연구진은 조사가 이뤄진 모든 연도에서 배추 연속재배구보다 콩 윤작구의 배추 수량이 더 높았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현재 연구결과만으로 ‘돌려짓기를 하면 배추 수확량이 반드시 얼마만큼 증가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생산량의 급격한 변화만을 기다리는 것보다 근권 미생물 다양성과 군집 변화가 토양 상태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토양검사만으로는 차이가 잘 안 보였던 이유

2024년 8년 시험에서는 토양의 pH와 양분 등이 재배기간이 길어지면서 감소하는 경향은 있었지만, 배추 연작과 콩 윤작이라는 작부체계 자체에 따른 화학적 차이는 크지 않았다.

연구진은 시험기간 동안 토양검정을 통해 각 작물 생육에 필요한 비료량을 정해 투입했기 때문에, 장기간 연작에서 나타날 수 있는 특정 양분의 부족이나 과잉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면 미생물 군집에서는 작부체계에 따른 차이가 확인됐다.

8년 재배 후 연작 토양에서는 Chloroflexota 계열의 상대적 비중이 높았고, 콩 윤작 토양에서는 Pseudomonadota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곰팡이 군집 역시 두 작부체계 사이에서 서로 다른 구성비를 보였다.

즉 비료를 조절해 토양의 화학적 조건을 관리하더라도 같은 작물을 반복해서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물학적인 변화까지 완전히 같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왜 ‘뿌리 주변 토양’을 보는가

식물 뿌리 주변의 토양은 일반 토양과 조금 다르다.

식물은 뿌리를 통해 여러 물질을 배출하며 주변 미생물과 상호작용한다. 따라서 어떤 작물을 재배하느냐에 따라 뿌리 주변에 형성되는 미생물 군집 역시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작물을 장기간 반복해서 재배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비슷한 뿌리 환경을 토양에 지속적으로 반복시키는 것과도 연결된다.

실제로 앞선 연구에서도 배추를 계속 재배했을 때보다 콩이나 감자와 돌려짓기한 처리에서 세균과 곰팡이 군집의 다양성이 더 높게 나타난 바 있다. 2024년 연구에서도 기존 포트시험 결과를 인용해 콩·감자 윤작에서 배추 연속재배보다 높은 미생물 다양성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2026년 연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재배가 반복될수록 미생물 군집이 어떤 방향으로 누적해서 변하는지를 추적했다는 차이가 있다.

고랭지 배추에서 윤작이 더 중요한 이유

고랭지 여름배추는 재배환경 자체가 까다롭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국내 고랭지 배추 재배지는 경작 가능한 토지가 제한돼 있어 같은 토지에서 배추를 반복해서 재배하는 경우가 많고, 기온 상승과 경사지의 얕고 돌이 많은 토양도 지속가능한 생산을 어렵게 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농가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배추를 계속 심는 것이 당장은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작물을 계속 재배하면서 토양의 미생물 다양성이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특정 군집 위주로 변화한다면 단기적인 생산량만으로 토양 상태를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콩이나 감자를 중간에 재배하는 윤작이 관심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작은 단순히 ‘배추를 한 해 쉬어가는 것’이라기보다 토양에 서로 다른 뿌리 환경을 만들어 미생물 군집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는 것을 완화하는 농업관리 방법으로 볼 수 있다.

연작장해를 ‘수확량 감소’가 아니라 ‘누적되는 생태계 변화’로 본 연구

이번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배추 연작장해를 단순히 어느 해의 생산량이나 병 발생 여부만으로 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9~10회에 걸친 재배과정을 따라가면서 토양 미생물 군집이 점진적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확인했고, 과거 8년 장기시험에서는 생산량이나 토양 이화학성의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이미 미생물 다양성의 차이가 관찰됐다.

따라서 장기적인 고랭지 배추 생산에서는 토양의 pH나 비료성분뿐 아니라 ‘어떤 미생물들이 얼마나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는가’ 역시 토양관리의 한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특정 미생물의 증감이 실제 배추 생산량이나 특정 병해를 직접적으로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 결과는 장기간의 작부체계와 미생물 군집 변화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 것으로, 개별 미생물이 배추 생육에 미치는 인과관계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연구진 역시 이번 결과를 지속가능한 배추 생산을 위한 미생물 관점의 토양관리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이번 연구가 농가에 던지는 메시지는 비교적 단순하다.

“지금 배추가 잘 자라고 있다고 해서 땅속 환경까지 계속 같은 상태라고 볼 수는 없다.”

장기간 같은 작물을 재배하는 밭이라면 수확량이 눈에 띄게 감소한 뒤 대책을 찾기보다, 콩이나 감자 등 다른 작물을 이용한 윤작과 다양한 토양관리 방법을 통해 땅속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농촌진흥청 연구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논문은 Scientific Reports에 2026년 6월 29일 공개됐다.